정든 1층 아파트
충북 괴산군 소수면 아성리 168번지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나 유년시절을 괴산에서 보내고 여고때 청주로 나와 생활하였다. 1992년 10월 목회하는 남편과 결혼을 하고, 경주제일교회, 영주제일교회로 목양지를 옮겨 다니며 생활하다 2005년 다시 청주에서 담임목회를 하게 되었다. 여고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여고때 사진반 동아리활동을 했던 기억으로 사진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시작하였다.그리고 2008년 사회복지사, 수어통역사로 취업을 하였고, 일하면서 만나는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번 사진은 봉명주공아파트가 재개발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국 유일의 1층 아파트를 기록하여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이 되었다. 3월 9일 처음으로 찾아갔을 때 첫인상은 유럽의 빨간 지붕이 연상되는 붉은 기와 지붕에 정이 갔고, 참으로 조용하고 아담해서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시골 우리동네 같았다. 붉은 기와 지붕 위에는 이름 모를 각종 산나물이 봄 햇살을 받으며 나와 있었다.
새 봄에 피어나는 향긋한 매화꽃과 살구꽃, 벚꽃, 작은사과꽃이 흐드러진 풍경은 얼마나 찬란했었는지…..
시소가 있는 놀이터 한 구석에 자리잡은 등나무 연보라 꽃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었는지….
나의 발걸음은 저절로 봉명주공 아파트를 향해 걷고 있었다.
그렇게 1층 아피트를 스캔하던 나에게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홀로 사시는 할머니
손주와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
결혼안한 아들과 살고 있다던 할머니
낚시를 좋아하는 12살부터 이곳에 살고 있다는 아저씨
아흔노모를 모시고 사는 아주머니
텃밭에 고구마 고추 배추등 각종 채소를 기르는 아저씨
채소 효소와 식초, 외인을 담그시는 아저씨
고양이를 좋아하는 맘씨 고은 언니
각종 버섯을 따오시던 아저씨
지금 생각해보니 참 많은 사람들이 정답게 모여 지내고 있는 아파트였다.
매실을 함께 따서 커더란 통에 두통이나 매실엑기스를 담았고
살구나무에 올라가 떨어지는 살구를 함께 주우며 깔깔거렸으며
단감도 얻어 먹고, 홍시도 얻어먹고, 부침개도 얻어먹고, 삽겹살도 구워먹었다. 삶은 계란 오손도손 까먹던 기억도 있다.
이제는 한집 두집 이사를 간다.
아파트 가운데 있던 드림코사마트도, 우리마트도 문을 닫은지 오래다.
이곳에 사는 어린 친구들과 한여름 아이스크림을 사먹기 위해 많이 들락거렸던 작은 동네 마트였다.
시린 겨울이 되었다.
순심이와 솔이는 (강아지이름) 어디로 갈까?
그 많은 고양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시린 겨울이 오니 내 가슴도 시리다.
정든 1층 아파트가 사라지기전 가슴에 많은 것들을 담아두고 싶다.
촬영은 표준렌즈로 봉명주공에 살고 있는 이들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