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씨앗
스스로 사진 학습 공동체라 부르는 “메모리아” 팀은 2022년 6월부터 11월까지 충주시 문화동, 도시재생 지역을 집중적으로 사진 아카이브 했다. 2019년 충주시 평생학습관에서 처음 결성된 이 사진 단체는 매년 자발적으로 전시회를 구축하며 성장하였고, 주도적으로 지역의 사라져가는 기억을 촬영해왔다. 2021년에는 충주 일대의 철도역사, 2022년까지는 “마을을 기록하다”라는 주제로 충주 근교 시골 마을들을 담고 있었다. 대다수 참여자가 사진을 취미로 접근했던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추진력이고 의식의 파격적인 변화이다.
2022년, 충주시 문화동을 위해 “메모리아” 4명의 시민 사진가가 역량을 총동원해 마을을 기록했는데 프로젝트 기간 중 촬영된 사진은 8,000장이 넘었다. 이렇게 많은 자료가 생겨날 수 있었던 근간에는 문화동의 숨은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개성이 넘치는 다양한 집의 형태, 오랫동안 거주하며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온 주민들, 이를 계승시키려는 공공기관의 노력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 볼 수 있다.
현재 충주시 문화동은 70년대 만들어진 흙집, 80년대 벽돌집, 90년대 콘크리트 건물 등 시대별 유행했던 건축 공법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입주 당시 젊은 부부들이 좋은 안목으로 공들여 만든 주택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런 개개인별 애정과 개성이 최근 도시재생으로 좋은 시너지를 만든 사례가 아닐까 싶다. 책에 수록된 사진들을 보면 건물의 형태나 재료에 있어 다양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데, 요즘 획일적으로 지어지는 아파트나 주택단지들과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도시가 계속 발전하며 주택은 전국적으로 소멸 직전까지 몰리고, 아파트가 한국의 전통 가옥이 되기 직전의 상황을 볼 때 문화동 마을은 문화재급 동네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이 마을에 처음 입주했던 청년들은 반세기 세월 동안 동네를 지켜오고 있었다. 터를 잡고 대대손손 살아보겠다고, 100년은 버틸 수 있는 집을 지었던 분들이다. 지금은 어르신이 된 이분들이 문화동의 첫 번째 마을 정원사이자 우뚝 솟은 기둥 같은 역할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도시재생 사업으로 동네의 수명이 연장되었는데, 기본 인프라를 개선하고, 집들을 보수하고, 공동체 활동 공간도 강화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문화동은 이 마을만의 역사를 계승시킬 새로운 사람들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상황에 뿌려진 이번 문화의 씨앗으로 사람의 성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꽃피우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프로젝트 참여자 4명의 사진가가 쏟아부은 열정은 문화동에 큰 희망이자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만한 사례일 것이다.
청주사진아카이브도서관
이재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