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청주 교외로 이사하며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 무렵 니콘 F4를 구입해 사진 촬영도 시작하였다.
이후 사진작가협회와 동아리 활동을 통해 틈틈이 사진작업을 해왔다.
유년시절 엄마가 가꾸셨던 정원의 영향으로 시작한 정원생활이다.
마당의 구획을 나누고 농장에서 묘목을 사다 심으며 나의 분신처럼 가꿨다.
아들, 딸 출가하고, 부모님이 하늘나라에 가시고,
머리카락은 서리를 맞은 듯 하얗게 물드는 동안
나와 함께해온 정원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집안 식탁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카메라에 자주 담았다.
처음에는 바라만 보다 가볍게 촬영하기 시작하였는데
덕분에 고정된 화각으로 정원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느티나무, 목련, 튤립 등 다양한 소재를 촬영했다.
특히 계절의 변화, 시간의 변화, 시각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단초점 렌즈, 다중노출, 인공조명 등의 사진 기법도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정원에서 적어본 시를 남긴다.
느티나무
당신과 23년의 인연
처음 만남은 가냘프고 여리었지요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
모진 비바람과 추위를 견디며 자라
이제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이 된 당신
봄날 까치에게 기꺼이 집을 내어 주고
예븐 손자들에게 여름날 그늘을 만들어 주고
불타는 가을 햇볕 아래 카페를 차려주는 당신
묵묵히 늘 그자리에 있어 든든한 당신이
오늘도 우리를 지켜주시니 감사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