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E PHOTO

“보고 배운다”라는 말은 역량있는 가문이나 신뢰있는 도제식 수업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재복

누구나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시대, 사진기가 사진의 유일한 라이센스라고 말하는 시대, 그러나 사진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실제로 사진가가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청주는 대학 등 관련 교육기관이 없고, 사진을 주로 취급하는 갤러리도 없다. 보통의 사람이 삶에서 사진가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몇몇 사진관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사업장의 비즈니스는 본격 사진가의 역할과 거의 관련이 없다. 전국적으로도 몇몇 유명 작가몇명만 존재할 뿐 예술로서 사진매체 인식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로 예술가 중 사진술(photography)을 사용하는 작가는 상당히 많다. 하지만 이들을 사진가라고 부르진 않는다. 대부분의 사진가는 오로지 사진술만 구현가능하고 이마저도 상당히 제한적인 도구와 테크닉을 사용할 뿐이다.

그럼에도 지역 사진계는 꾸준히 새로워지고 있다. 100년전 인상주의 작가의 작품을 재현하듯 촬영하던 문화에서 현대미술로 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도 있었다. 외부로 나아가 교류하고, 자료를 살피고, 스터디 그룹도 만드는 등을 해왔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매년 개인전을 여는 작가도 꽤 생겼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카메라 다루기를 사진으로 생각하고, 여행을 출사라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실용적인 접근이지만 실질적 사진(photograph)을 만드는 것 과 크게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사진가는 누구이고 사진을 왜 찍는 것인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거꾸로 탐색하는 방법을 차용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원천을 찾는 방법 중 하나로 역으로 분석하며 이해하는 기법이다. 세계적인 사진가는 대부분 외국인이다. 우리는 그들이 왜 사진을 발명하고, 어떻게 사용하며 어떤 과정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왜?”, “누가?”, “어떻게?” 등을 끊임 없이 대입하며 탐구할 수 밖에 없다.

사진 포트폴리오 수업은 사진가가 예술가로 활동하기 위한 실질적 노하우에 주목한다. 그간 몇 가지 형태적으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차용했던 것을 넘어 콘텐츠, 그리고 삶의 자세를 차용하며 사진가의 삶을 살아보는 것을 지향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공간과 나에 대한 관계성을 중심으로 풀어갔다.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 자신에게 의미있는 기억을 떠올려 역으로 찾아가는 출사를 진행했다. 예전에 살던 집, 마을, 다녔던 학교, 나만의 산책로 등 그때그때 당시 사실을 저장해왔던 아카이브와는 또다른 접근이다. 전시에 참여한 8명이 보여주는 ‘나’ 에 대한 이야기를 유심히 지켜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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