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유토피아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며 느끼는 감각은 생경한 느낌이다.
난 잠시 그들의 터전에 흘러 들어온 이방인이다.
오로지 감각을 열어둔 채 그 곳을 잠시 빌려 천천히 또 촘촘히 느낀다.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에서 줄곧 지내왔다. 이 곳에 터를 잡고 뿌리내린 지역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마치 나무와 같다. 40년 가까이 조경을 평생의 업으로 해오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조경학을 전공했고, 조금 더 미시적 관점에서의 녹색라이프, 정원생활 실천을 위해 지역에서 교육 및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소셜가드닝클럽을 운영하며 도시에서 식물과 함께 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나무는 이 곳에 오래 전부터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도시에 살며 겨우 자리를 확보하고 살아가고 있다. 어딘가 나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과잉 감정 이입해보며 나무들의 삶을 추적해본다. 식물들은 그 좁은 틈바구니에서도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한다. 소외된 주체들은 그들만의 방식대로 살아남는 법을 체득한 듯하다.
마음이 와 닿았던 순간의 나무들을 포트레이트를 찍듯 세로로 프레임을 구성하여 사진을 찍었다. 나무의 모습은 곧 나의 기준대로 살아가길 지향하는 삶의 단면이며, 고백적 자화상이기에 마이크로 망원렌즈를 사용해 개인적 의도를 담아 바라보았다.
도시에서 온전한 녹지는 아주 일부이다. 도시에서 조각난 식물들의 삶 속에서 초현실적인 식물유토피아를 구현하고 싶었다. 바라보고 싶은 정보만 남긴 채 마이크로 망원렌즈로 촬영하여 분위기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현실에 없는 낯선 녹색 세상을 시각화하고 상상을 자극하는 생경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